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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한 장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아카테고리 없음 2024. 11. 8. 15:26
분명 오늘부터 심리상담 받으면서 느낀 점을 써보겠다고 한 거 같은데...?
갑자기 이 타로카드에 대한 생각이 나서 그냥 적기로 했다.
타로나 사주 보기도 일종의 심리상담 아니겠어?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점 보는 걸 참 징글징글하게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랑 같이 보러 갔다가 밥 먹으며 내 점괘를 썰 풀듯 얘기하고
아 진짜? 너 그랬어? 나는 이랬대~~를 주고 받으면서 나름의 위안으로 삼았던 것 같다.
진짜 점 많이 봤었는데.. 그 중 고딩 때 본 타로에서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카드 한 장이 있다.
바로 이 카드.
찾아보니 여덟 개의 검 '고립의 카드' 라는데
너무 내 상황을 이미지로 잘 형상화 한 카드 같아서 각인되듯이 콕 박혔었다.
일기도 잘 안 쓰는데 그 날은 집에와서 거의 몇 년 만에 일기장을 꺼내서 저 카드 그림도 그려놨다 ㅋㅋ
아니 너무 절망적인거 아녀?
어떡하냐고 저 여자ㅠㅠ 아니 나ㅠㅠㅠㅠㅠ 이러면서 카드를 빤-히 보고 있으니
카드 봐주시는 분이 그랬다.
칼도 무슨 철창처럼 주위에 가득 박혀있고 몸도 묶여있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데 자세히 보라고.
"여자의 앞 에는 칼이 안 박혀 있잖아요.
몸에 묶여있는 끈도 사실은 느슨하게 묶여져 있어요.
풀면 눈 앞에 묶인 천도 바로 풀어낼 수 있겠죠?
이 여자는 본인이 스스로 묶여있는 거에요. 자기가 자기 눈을 가리고.
상황이 힘든 거 같다고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숨게 하지 말아요~
힘들어도 아가씨가 충분히 헤쳐나올 수 있는 어려움이에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머리가 띵- 했는지 모른다.
근데...? 이렇게 듣고 감명 받아서 일기장에 그림까지 그려놓고선
오래도록 쭉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나 혼자를 구석으로 잘도 몰았다. 하;;;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어둠 속으로 숨기만 하니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심리적인 문제가 빵 터지더라.
그래서 심리상담 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어떻게 안 하면 내가 끝이 나버릴 거 같아서.
생각해보면 나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다 내 마음과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뭐 누구나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니 외부 환경적인 요인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았었다.
혼자서 심리적으로 나를 내몰고 겪는 어려움이 한...8할?이고
이게 외부 요인도 크기를 부풀리게 해 더 무겁게 느껴졌었지.
내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아직도 이 카드가 종종 떠오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등학생 때의 나는 이 카드를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그런 기분 뿐이었다면
지금은 '그래 내가 또 스스로 눈을 가리고 가둬두려고 하는구먼' 이라고 생각하게 된 정도?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냥 좌절하기 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점이 참 다행이다.
물론 여전히 잘 숨는다. 아주 잘 피한다. 음...
좀 짜증난다 이 겁쟁이하지만 가끔은 그 상황에 그대로 부딪쳐보려고 하는 용기?라고 해야할지..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문제란 놈들은 직면했을 때 가장 싱겁게 끝나버리더라.
그럼 됐지 뭐.
아휴 보니까 상담받고 메모해둔 게 생각보다 몇 개 없어서ㅋㅋ 어...당황스러운데
다시 내일 뭘 쓸 진 내일 고민해보겠어! 내일은 정말 느낀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