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 속에서 (심리)

나의 수 많은 페르소나들이여

Chwimish 2024. 11. 10. 20:31

뭔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심리상담 얘길 푸는구먼 후후

 

정신과에서 후두려 맞고 (아무도 때린 적 없음) 

심리상담센터를 찾던 와중 그냥 이름이 끌리는 곳으로 골라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그 통화 내용이 기억난다.

 

나는 평소에 누구에게 뭘 부탁하는 걸 잘 못 한다.

원하는 바를 잘 요구하지 못 하는 편이라 해야하나?

- 물론 일에서는 예외다(단호) 이건 어쩔 수 없지 -

나를 오래 봐 온 친구들은 생긴 거 답지 않게 군다고.....

아니 내가 뭐 어떻게 생겼는디.....쭈굴...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몇 주 뒤에나 원하는 시간에 맞출 수 있다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갔을 것을

두 손으로 휴대폰을 꼭 부여잡고

"제가... 정말 급해서요... 어떻게 안 될까요?" 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니 그 땐 진짜 절박했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좀 놀라운데?

어쨌든 이렇게 어찌저찌 약속을 잡고 

본격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를 한다.

내 현재 심리적 상황과 더불어 내가 어떤 기질이 있는지 등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차차 풀기로 하고

오늘은 페르소나에 대해 가볍게 적어보려고 한다.

..... 본 얘기를 이제 시작하다니 너무도 나다워 웃음이 나...ㅋㅋ....

 

* 페르소나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 얼굴이다.
특히, 실제 성격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출처 : 위키백과)

 

나는 내향적이지만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있는 타입이라고.

듣자마자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다.

 

와... 내가 이거 다 거짓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구나

이거 완전 Fake Love 아녀 나도 날 나도 날 모르겠어 ♪

내 행동이 완전히 다 꾸며낸 거였구나 좀 역겹다...

 

이런저런 생각에 굳어 있으니

선생님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가면이 다양하게 있다는 건 굉장이 중요한 일이에요~

그래서 사회성이 많이 발달한 타입이거든요."

 

흠.... 그런가.....?

아니 근데....

위키백과

실제 성격과는...다르지만.....?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지 않기 위해..

드러내는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나 성격.....?

............?

 

선생님 그럼..진짜 저는요?

가면은... 언제 벗을 수 있어요?

나 다운게 뭔데!!! <-이런 말 한 적 없음

 

"가면이 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그것도 다 내 모습 중 하나인 걸요?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 알맹이만이 내 모습의 전부가 아니에요.

나의 원래 모습,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모습, 또 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

모두가 모여 나를 이루는 거에요.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도 우리가 가면을 안 쓴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이 말을 듣고 내 알맹이가 무슨 모습이었던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음.....

어...........

응.................?

딱히 생각나는 모습이 없었다.

본능에만 충실한 모습이라고 생각해보니

아기가 누워서 먹고 자고 하는 모습밖에 안 떠오르고.

 

내가 왜 내 진짜 모습에 집착했지..?

아니 그게 애초에 왜 있을거라 생각했지..

어...이거 뭐 미디어의 폐해 막 그런건가!!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잠깐.

필요할 때 마다 적절한 가면으로 바꿔쓸 수 있어...

이게 내가 쓸 수 있는 도구라 치면...

어? 이거 개이득이잖아?

 

이렇게 페르소나에 대한 부정적인 사견을 한 번 비틀고 나니

내 다양한 모습에 좀 너그러워졌다.

 

걱정으로 밤 잠 못 이루고 전전긍긍대는 나.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

찌질했던 흑역사가 떠올라 이불킥 하는 나.

쿨하고 호탕한 모습의 나.

소심하게 말 못 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나.

재치있게 상황을 유하게 넘기는 나.

등등 수많은 페르소나들이 내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내가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살다보니 때로는 제발 가면이라도 좀 써 줬으면 하는;;;

이상한 인간들도 만나기도 하고. ㅎㅎ....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질 테고

또 어떤 모습은 새로 생겨나겠지.

생긴대로(?) 요구도 잘 하고 ㅎㅎ 야물딱진 모습이 생기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글을 줄인다.

 

내일 뭐 써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