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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이라고 느껴지는 감정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 보아요.카테고리 없음 2024. 11. 17. 15:24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배에 타고 있던 천사가
물에 빠진 악마를 구해줘 그 이후로 천사는 악마와
항상 함께 다닌다.
난 진짜 저 말과 이야기가 싫었다.
아니 좋은 일이 있으면 계속 좋은 일만 있고 싶지
왜 마가 끼고 그럼?
아니 악마는 구해줬음 끝이지 왜 천사를 따라댕기고 난리여
그때도 무슨 얘길 나눴더라...
사는 게 그냥 무섭고 두려워요.
불안, 스트레스 이런 게 그냥 다 힘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이런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해야 없어져요?
이런 이야기를 선생님과 나눴던 것 같은데
메모장에 딱 이 메시지만 남아있네
"부정적이라고 느껴지는 감정들,
그러니까 외로움, 분노, 상실감 같은 게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 보아요."
?
저게 내게 가져올 변화가
나에게 나쁜 거밖에 더 있어?
에?
선생님은 늘 화두를 던지시고
내가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셨지 참..
아마 저 얘길 듣고 에?어..엥? 이러다
나와서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장난치다가 발목이 부러져
수술하고 시험기간에 휠체어 타고(ㅠㅠㅋ)
양호실에서 시험을 봤었는데
그때 양호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지금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찾아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을걸?
나중에 한 번 생각해 봐."
저렇게 사고가 한 번 나니까
다리가 온전히 잘 태어나는 것도 진짜 감사한 일이구나
그런 생각도 처음으로 해보고
학교에 휠체어용 길이 따로 있는 것도 이제야 눈에 보이고
좀 행동거지가 얌전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 이 정도에 더 하려고 하면 안 되겠는데 하는
내 안의 신체한계선이 잘 새겨졌던 경험을 했지
스흡..뭔가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조치였나 싶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좀 더 덜 아픈 방법으로 올 순 없었니? 앙?그 이후로 불안하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다는 일들은
꾸준히 날 방문했다.
그때마다 쉽게 좌절하고 움츠러들었었던 것 같다.
와... 내가 진짜 저번에 있었던 일이 젤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은 완전 밑바닥이구만 어디까지 밑으로 뚫려있는 거냐
이놈의 바닥은...
진짜 힘들 때는 좋은 말을 누가 해줘도,
내가 어디서 읽어도 별로 와닿지가 않더라.
근데 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쩌다 그걸 피하더라도
나중에 또다시 똑같은 문제가 혹은 더 큰 문제로
내게 어떻게 해서든 찾아오더라.
그만 좀 찾아와욧!!!!!!!!!!!!!!!!!!결국 문제가 생겼을 때 그만 불안하고 벗어나려면
가장 빠른 방법은 그 문제에 직면하는 것뿐이었다.
문제가 아예 안 생길 수는 없더라고. 하...
그리고 생각보다 마주했을 때 그 문제가 별 게 아니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험들이 조금씩 쌓여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주해서 끝장 봐라. 그래도 괜찮다.' 하는
데이터가 나에게도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안다.
좋은 일, 나쁜 일은 날실과 씨실 같은 거여서
둘이 얽히고설켜야 내 인생의 그림을 그려지는 거라는 걸.
둘 다 그냥 내게 필요한 재료라는 걸.
오히려 날 더 힘들게 하는 건 문제 자체보다도
트러블이 생겼을 때 내가 키워버리는 긴장감과 불안감이었다.
무엇보다 한 번 풀어낸 문제는 다음에 다시 내게 왔을 때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일단 내 기분이 죠크든요..성장했다는 뿌듯함이 좀 있달까..
여전히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 일은 싫다.
내가 불안해하는 것도 불쾌하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싶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좋은 일에는 마가 낀대잖아유~
마가 먼저 느껴진다면 곧 좋은 일이 같이 오겠구먼~ 해야지.
좋은 일이 마냥 좋은 것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이 마냥 나쁜 것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더라.
부정적인 감정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 보자..
그래 이 말이 맞다.
기대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볍게 문제를 마주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