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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뭐라하지? 대화해의 날? 우리 아이가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어요?
    카테고리 없음 2024. 11. 23. 20:34

    제목을 도저히 못 고르겠어유...

     

    오늘은 내 인생이 역사책이라면

    마치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했던 사건처럼,

    아니다 뭐 거의 산업혁명 급으로 (어..둘 다 좀 너무한가?)

    나 스스로 '대화해의 날'라고 부르는 날의 경험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 이게 말로 할 때는 잘 몰랐는데

    텍스트로 남기니 좀... 부끄럽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내 얘기를 잘 못 했었다.

    뭐 감정이든, 그냥 속마음이든 편하게 얘길 못 했는데

    내 동생은 그걸 되게 잘하더라고?

    속상했고, 뭐가 싫었고, 이건 좋고 난 이런데!

    말을 참 잘하더라.

    그 얘길 꺼내서 부모님 목소리가 커지더라도

    아량곳 않고 다 말하는 게 난 진짜 부러웠다.

    어우 난 왜 이러지? 

    심지어 뭐 그렇게 심각한 얘기도 아니었는데..

    나쁜 말도 아니고, 그냥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얘기들이었는데도

    부모님 앞에만 서면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

    왜 말을 모대

     

    그러니 혼자 소외감을 엄청 느꼈다.

    저 셋만 가 족 같네 이거;;;; 이러면서

    방 밖에 잘 안 나가지고 않고

    가족들이 저러자고 판을 짠 것도 아닌데

    그냥 집 안에서도 겉도는 그런 기분이 늘 들었다.

    진짜 혼자서. 속으로만.

    가끔은 못 참고 밖으로 뛰쳐나와 

    키워준 아빠한테 전화해 다짜고짜 막 엉엉 울기도 했다.

    그때 아빠가 사랑하는 딸 왜 우냐고 묵묵히 다 들어주셨는데..

    진짜 좋은 분이야. 그죵?

     

    친 부모님 두 분은 바로바로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시고

    나는 좀 천천히 말을 고르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야 얘길 꺼내는 타입이라

    분명 성향 차이도 있었을 거다.

    무엇보다 내가 말을 안 했어도 부모님 눈에는 다 보였겠지;;;

    뭔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거 같긴 한데? 말을 못 하고 쭈뼛대니

    차라리 말을 하지 얘가 왜 이럴까? 답답해하셨을 것도 같다.

    이제야 쪼꼼 이해가 되긴 하지만 저땐 그게 될 리가.. 나도 어렸다구욥!

     

    어쨌든 가족끼리 원만하게 대화가 잘 통하는

    그런 의사소통 방식과 분위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게 마치 평생 풀어야 하는 숙원처럼 ㅋㅋㅋ

    가슴 한 켠에 계속 이 명제가 둥둥 떠다녔었다.

     

    상담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되고

    나의 짓눌린 멘탈이 슬슬 회복되어 갈 즈음,

    하루는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술을 한 잔 한 적이 있다.

    사실 맘 편하게 아빠랑 한 잔 하는 것도 내 딴에는 엄청난 발전이라

    오.. 신기하네 이러면서 한 잔, 두 잔 나누는데

    이상하게 내가 그냥 얘기해 봐도 괜찮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그래서 물어봤다.

    근데 아빠. 어렸을 때 나한테 왜 그랬어?

    나 그때 이런 일 때문에 너무 무서웠고 힘들었어.

    상처도 엄청 크게 받았는데..

     

    아빠가 엄청 당황하시드라고.

    어? 내가 그랬다고? 언제...?

    ........??어? 기억 안 나?

    그때 이런 일이 있었고,

    또 이때는 저런 일이 있었거든. 

     

    그랬더니 엄마도 옆에 앉아서

    맞아~ 당신이 그랬었잖아~

    애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겠어..

    아, 증인까지 완벽했다. 

    이때 나도 울고, 아빠도 울고 ㅋㅋㅋㅋㅠㅠㅠ

    마지막엔 아부지 사과로 해피엔딩.

     

    ....이었는데? 자리가 잘 마무리되고,

    와 내가 뭐 한 거지 대박.. 이런 생각도 잠시.

    아 갑자기 억울한 거다.

     

    아니 왜 기억을 못 해?????????????

    때린 놈은 다리 못 뻗고 잔다며?????????????

    어???못 뻗고 잔다매!!!!!!!!!!!!!!!!!!!!!!!!!!

    조상님들 이거 완전 그짓말쟁이들이네!!!!

    때린 놈은 두 다리 쭉 뻗고 자고

    맞은 놈만 다리 못 뻗고 잤는데??????????

     

    여태까지 그 상처를 가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는 거다.

    바보 아냐? 어? 무슨 짓이야? 와 진짜

    그래서 화딱지 나서 술 마셨다. 울면서ㅠㅠㅠㅠㅠㅋㅋㅋㅋ

    그다음 날에도 진짜 억울하고 어이없고 화는 나고..

    이게 뭐지???? 싶어서 내리 한 3, 4일을 술만 퍼 마셨던 것 같다.

    원래 술을 좀 숨어서 잘 마시는데(?)

    이땐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오든 말든 부어라 마셔라 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있어서 그런지 엄마도 아무 말 안 하시더라.

     

    근데 딱 저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괜찮아졌다.

    엥...? 싶지만 진짜다. 그냥 아무렇지 않아 졌어.

    참 신기했다. 뭔가 큰 응어리가 해소된 느낌.. 

    동시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상처를 준 사람도 기억 못 하는 걸

    내가 상처랍시고 꼭 붙들고 계속 안 놔줬구나..

    그리고 혼자서 거기에 계속 상처를 받아왔구나.

    디스.이즈.셀프헐팅시스템.

     

    그래서 난 저 시기를 '대화해의 날'이라고 부른다.

    저 날이 분기점이 되어

    그 후론 가족끼리 함께 하는 자리도 훨씬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고

    혼자 소외감에 끙끙 앓던 것도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뭐 가족들한테 엄청 치댄다 진짜 그만했으면 좋겠다(?)

     

    저 날의 일화를 들은 상담 선생님 말씀.

    "그동안 아무 소리 안 하고 있던 게 겁이 나서 숨어있는 줄 알았더니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내가 숨어서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나 봐요~"

    그러고선 뇌과학적 측면에서 설명을 해주셨다.

     

    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안 쪽에 있는 뇌하수체는

    생존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며 본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위라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코뿔소에 쫓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지? 했던 것들이 이 부분에 저장되는데

    어렸을 때 환경에서 받았던 영향(상처받았던 거)이 명제처럼 여기에 한 번 세팅되면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도 그때의 작용 시스템이 그냥 자동화되어 돌아간다고.

    그래서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 시스템에 따라 이전과 같은 대처방식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

    근데 내가 이번에 한 행동으로 거의 30년 만에

    그 명제를 업데이트시킨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나는 내 의견을 표현하면 안 돼'를 '내가 내 의견을 말해도 멀쩡해'라고.

     

    이전에는 시상하부? 가장 안쪽 뇌에 저장된 기억 때문에

    부모님, 특히 아버지 앞에 서면

    자동적으로 몸이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벌어진 일들이 나한테도 그랬겠지만

    아빠한테도 나름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자기가 했던 나쁜 행동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고,

    내가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모두 안고 간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성숙하고 큰 거라고 하셨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기가 잘못한 부분은 안고 갈 에너지가 없어서 그냥 잊어버리고

    자기가 잘했던 기억만 안고 가는 회피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잠깐!

    명칭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뇌하수체는 뇌의 가운데 위치한 작은 내분비샘으로

    우리 몸의 다양한 호르몬 분비를 총괄하는 기관이며

    우리 몸의 생식과 발육, 대사에 관여하게 됩니다.

    시상하부는 신경계를 뇌하수체를 통해 내분비계와 연결하고

    우리 몸의 특정 대사과정 및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의 체온조절과 배고픔, 갈증, 수면, 일주기 리듬과 같은 활동을 조절합니다.

    (출처 : 서울아산병원 인체정보)

    음..그렇다고 한다.

    시상하부가 뇌하수체에 명령을 내리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은 생존과 같은 본능적인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얘기인 것 같다.

     

    저 날 상담 마치고 오면서 노트에 이렇게 적어뒀더라.

     

    나한테 새로운 챕터가 펼쳐졌다!

    내가 그 대화해와 대용서와 대통합의 장을 이끌어낸 게 너무 대견하다. 

    챕터라는 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고

    표지에 저 내용만 뙇 하고 크게 나와 있어서 그렇지

    책장 한 장 넘기는 듯이 자연스럽고 가볍게 넘기게 되는 것인가 보다.

     

    대화해에서 대용서와 대통합까지ㅋㅋㅋㅋ

    나 스스로가 진짜 많이 대견했나 본데...?

    도대체 나에게 왜 그랬어요? 이 한 마디가

    이렇게 내 오랜 숙원이자 고민을 풀어주는 키워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근데 본능에 새겨진 것조차도 바꿀 수 있다니

    휴먼메이징 오즈메이징 언리이밋티-드 ♪<< 위키드 보고 와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

    잇츠 타임 투 츄라이 디파-잉 그래비티<<<위키드 진짜 재밌더라...또 보고 싶어 

    갑자기 차오르는 인류에 대한 자부심

     

    오랜만에 내 역사의 날을ㅋㅋㅋㅋ

    기억하면서 적어보니 그만하고 싶지만 또 새삼 대견하고 막 그러네 또?☆잘했다 나 자신★후후

    음...지금 드는 생각은

    앞으로도 내가 부정적으로 심어둔 생각을

    조금씩 틀어보는 경험을 계속하고 싶다는 거?

    상처받는 걸 덜 두려워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잘 표현하고. 등등

     

    그래서 조금씩 심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나의 내면의 아이도 더 키워야 하고,

    그냥 '나 자신'도 잘 양육해 나가야 할 책임이 나한테 있으니까!

    화이팅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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